검색

[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16)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가 심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심장이 스스로 움직인다니. 그 순간, 몸은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다시 태어났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그것이 맞았다. (2021.12.01)

언스플래쉬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저 | 생각속의집



몸동작 워크숍에서 이미 제목을 정했다. 저자의 제안에 따라 심장 부근에 두 손을 살며시 갖다 대는 순간, 심장의 박동소리가 온몸으로 퍼졌다. 내 생명을 지켜주는 몸의 움직임이었다. “몸이 움직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 순간에도 심장은 스스로 뛰면서 우리를 돌봅니다.” 내가 심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심장이 스스로 움직인다니. 그 순간, 몸은 의지를 가진 주체로서 다시 태어났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그것이 맞았다.  성미옥(생각속의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정아은 저 | 문예출판사 



소설 원고를 받았다. 그것도 두 편이나. 일종의 연작소설인데, 두 권 중 한 권만 읽어도 무리가 없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제목 하나 짓는 것도 일인데, 두 개를 동시에… 두 배로 삭신이 쑤셨다. 나는 가끔 시를 읽는다. 제목이 안 나올 때다. 집에 있는 시집을 몽땅 들어다 차례를 탐독한다. 땡기는(?) 제목이 있으면 펼쳐서 읽어본다. 영감이여, 오라. 연작 소설이니 두 개의 제목을 연결하면 하나의 문장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문장이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제목이 탄생했다.  고우리(문예출판사)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 은행나무



최종 후보는 둘이었다. ‘두 여자의 심리학’이냐 ‘모녀의 세계’냐. 사실은 엄마를 향한 딸의 처절한 외침을 담은 메시지형 제목을 뽑고 싶어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었으나 기존의 책들과 차별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제목이 쉬 떠오르지 않았다. 다른 전략이 필요했고 그것은 ‘공감’이었다. 이 책의 탄생 기반이 된 김지윤 저자의 인기 강의에는 “내 얘기인 줄!”이라고 감탄사를 덧붙인 댓글들이 빼곡했다. 최종 제목으로 낙찰된 ‘모녀의 세계’는 그러한 공감을 포인트로 잡은 제목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패러디이기도 하며, 본문 내 중제이기도 한 제목이었다. 늘 그렇듯, 찾고자 하는 것은 가장 가까이에 존재한다.  유화경(은행나무)



『꼭대기의 수줍음』

유계영 저 | 민음사



제목은 초교 때부터 결정돼 있었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보다는 과거에 머물거나 산책에서 스쳤을 뿐인 먼 곳의 사람들이. 시인은 그들에 대해 곰곰 깊은 생각에 잠기지만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에 당사자들은 그 생각을 짐작해 볼 수조차 없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는 나무들에게 배운 대로 주춤주춤 서로에게서 물러난다. 꼭대기의 수줍음처럼.” 꼭대기의 수줍음이란, 나무의 맨 위 가지들이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자라는 것을 일컫는 현상으로, 덕분에 아래의 풀들까지 햇빛을 볼 수 있다. ‘꼭대기의 수줍음’이라는 아름다운 어감, 그리고 시인의 태도와 꼭 닮은 의미. 다른 제목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정기현(민음사)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저 | 모로



판사님 덕분에 법정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창 하나 없는 법정은 한낮의 여름 날씨가 무색할 만큼 어둡고 싸늘했다. 원고를 읽는 동안 볕 하나 없는 차가운 법정에 들어찬 얼굴들을 상상했다. 생후 71일 윤수의 얼굴은 폭력의 증거로서 법정 벽면에 떴을 것이고, 자살을 시도한 청년들은 얼굴을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법정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세상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는 선명한 얼굴들을 떠올려주길 바라서였다. 사건 너머 구체적인 얼굴들을 마주할 때에야, 우리는 함께 울 수 있을 것이다.  조은혜(모로)



몸이 나를 위로한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저
생각속의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정아은 저
문예출판사
모녀의 세계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은행나무
꼭대기의 수줍음
꼭대기의 수줍음
유계영 저
민음사
법정의 얼굴들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저
모로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